사진 :: 청주 수곡동  성덩 성탄구유, 정태홍 아오스딩

생활말씀

2020년 12월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시편 27,1)

 

브라질의 젊은 엄마인 알바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글로 전해 주었습니다.

“마리아나가 태어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들은 아이가 뇌에 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하면서, 앞으로 말도 못 하고 걷지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셨습니다. 저희는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마리아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을 청하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아버지의 두 팔에 저희 자신을 맡겨 드렸습니다.

마리아나는 저희와 함께 4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저희는 딸이 아빠, 혹은 엄마라고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딸은 침묵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저희는 딸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줄 수 있었는데, 딸은 오히려 저희에게 사랑의 걸음마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곧, 사랑하기 위해 저희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딸은 온 가족에게 하느님 사랑의 선물이었습니다. 우리는 딸과 함께한 체험을 통해 ‘사랑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각자에게 오늘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는 빛이 필요합니다. 희미하게 출구를 보여 줄 수 있는 작은 빛이라도 필요합니다. 곧,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발걸음이 어떤 것들인지 보여 줄 수 있는 새로운 빛이어야 합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고통, 두려움, 의심, 고독으로 인한 어두움, 우리의 꿈을 헛된 것이 되어 버리게 만드는 ‘적대적인’ 주변 환경으로 인한 어두움, 이것은 지구 곳곳에서, 인류 역사의 모든 시대에 겪는 상황입니다. 성경의 시편에 나오는 이 오래된 기도 역시 이것을 증언합니다.

이 시편 구절을 쓴 저자는 아마도 부당하게 고소를 당하고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채,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 사람은 험악한 운명에 처하게 될지도 모를 불확실한 현실 속에 있지만,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맡겨 드립니다. 이 사람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시련 속에 버려두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며, 그분께서 직접 행동하심으로써 해방시켜 주신다는 것을 압니다. 이 때문에 이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안전하고 완벽한 피난처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식하고 있기에, 바로 이로 인해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열어 보이며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현존을 자신의 삶 안에 모셔 들입니다. 이로써 어떤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그분 사랑의 길 위에서 결국은 승리하게 되리라 믿고 기다립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이때야말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새로워질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행복을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근심 걱정들을 짊어질 준비가 되어 계십니다.1 이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의 빛과 우리의 희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해 주고자 하십니다.

이 생활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어두움에서 빛으로, 나의 자아로부터 ‘우리’를 향해 나아가도록 우리의 여정을 인도해 줍니다. 끼아라 루빅이 쓴 다음과 같은 글도 이를 말해 줍니다.

“(…) 이것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을 새롭게 하자는 초대입니다. (…) 누군가를 만나나요? 그 사람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언가 말씀하실 것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전념해서 일을 하나요? 그 순간 계속해서 그분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고통이 다가올 때, 나는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기쁨이 찾아오나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시며,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우리가 지닌 모든 생각, 모든 기쁨, 모든 소망을 함께 나누시며 모든 걱정과 우리 삶의 모든 시련을 우리와 함께 짊어지고 가십니다.

그럼 이러한 확신을 어떻게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을까요? (…) 우리 가운데에서 그분을 찾으면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단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그분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그분 또한 계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마태 18,20 참조)

그렇다면 생활말씀을 살고 있는 누구든 함께, 복음에서 말하는 서로 간의 사랑 안에서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도록 합시다. 이와 같은 그분의 현존이 가져다주는 결실인 기쁨, 평화, 빛, 용기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머무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분께서 우리 가까이 계시고 매일의 우리의 삶 속에서 일하고 계심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2

 

 

레티치아 마그리

포콜라레운동 총본부 「생활말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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