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홍천 자작나무 숲, 정태홍 아오스딩

2021년 12월 생활말씀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5)

 

이번 달 생활말씀 역시 우리에게 한 가지의 참된 행복을 제안합니다. 이 구절의 말씀은 엘리사벳이라는 한 여성이, 또 다른 여성인 마리아에게 기쁨과 영감에 넘치는 인사를 하는 대목입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돕기 위해 그를 찾아갔습니다. 두 여성은 모두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고, 두 여성 모두 깊은 믿음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보잘것없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능력을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마리아를 가장 복된 여성이라고 표현합니다. 곧, 하느님과 이루는 마음속 깊은 일치로 기쁨을 체험한, 가장 복된 여성이었습니다. 이렇게 루카 복음사가는, 참된 행복을 말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과 이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믿음,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해 줍니다. 곧, 하느님께서 먼저 주도권을 갖고 움직이시는 것과 이에 대해 사람이 자유롭게 응답하는 것, 이 두 가지의 관계에 대해서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약속하신 바’를 참으로 믿었습니다.1 마리아는 당신 자신을 그토록 비우시어, 무無가 되시고, 그토록 겸손하게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셨기에, 하느님의 말씀 자체이신 분께서 마리아의 태胎 안에 육화되어 강생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말씀이신 분께서 인류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누구도 동정童貞이신 마리아만의 그 특별한 모성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지녔던 신뢰심만큼은 누구라도 배울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마음을 열고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말씀이 지닌 약속들과 더불어 우리 안에도 말씀이 육화되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민, 아버지, 어머니, 학생, 노동자와 정치가, 젊은이와 노인, 건강하거나 환자라는 우리 각자의 삶 자체로서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즈카르야의 경우처럼2 우리의 믿음에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때에도 우리는 계속 하느님의 자비에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리도록 합시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찾아다니시는 일을 멈추지 않으실 것이며, 이는 우리 쪽에서 그분의 충실함을 다시 알아보고 그분을 찬미하게 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성모 마리아가 사시던 팔레스타인 성지聖地의 바로 그 언덕들 사이에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시대를 살아가던 또 다른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매우 신앙심이 깊었던 그 어머니는, 복음의 학교에서 배운 용서와 대화의 예술에 대해 자신의 어린 자녀들에게 가르치곤 했습니다. 이것은 문명의 요람인 이 땅에서, 그리고 항상 평화와 안정을 염원해 온 이 땅에서 하나의 작은 징표였습니다. 이 땅은 특별히 서로 다른 종교의 신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평화와 안정을 갈구해 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마가렛은 이 어머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줍니다.

<저희 집 근처에 사는 (유다인) 아이들이 (팔레스타인 아이들인) 저희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욕설을 하며 모욕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엄마께서는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유다인) 아이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렴.” (그러고 나서 그 아이들이 저희 집에 초대받아 왔을 때,) 엄마는 손수 집에서 갓 구운 빵을 그 아이들에게 주시면서 각자 자기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저희는 그 사람들과 우정의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되었어요.>3

 

끼아라 루빅 역시 우리에게 이처럼 용감한 믿음을 지닐 것을 권고하고 격려해 줍니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 다음으로 하느님께 온전하게 “네”라고 답할 줄 아셨던 분이십니다. 무엇보다 바로 이것이 그분의 성덕聖德이자, 그분의 위대함이었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육화하신 말씀’이시라면, 마리아는 우리와 똑같은 피조물이셨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당신의 믿음으로 인해 ‘삶으로 살아 낸 말씀’, 곧 ‘생활한 말씀’이 되십니다. […]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 속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약속들이 이루어질 것임을 성모님과 함께 믿읍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따르는, 때로는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위험마저도 마리아처럼 감수합시다. 크고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일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사람에게는 늘 일어납니다. 이러한 일들을 체험한 일화들로 가득한 책을 여러 권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우리가 성경과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만나게 될 때, 우리의 마음을 열어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청하시고 약속하시는 바가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그렇게 합시다. 그러면 머지않아 […] 예수님께서 당신의 약속들을 지키신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4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성탄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그 놀라운 약속을 기억합시다. 곧, ‘서로 간의 사랑’의 계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으로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 현존해 계시겠다고 하신 약속입니다. 그분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모였다는 것은 복음적 사랑 안에 모였다는 뜻입니다.

 

이 약속의 말씀을 신뢰하면서, 오늘날에도 우리의 집에서, 우리 도시에서, 다시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도록 해 드립시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그렇게 했듯이,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상대의 이야기에 깊이 귀를 기울이며 형제자매로 포옹함으로써,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에 다시 태어나시도록 해 드립시다.

레티치아 마그리 포콜라레운동 총본부 「생활말씀」 편집위원

 

1 루카 1,55 참조.

2 루카 1, 5-25; 67-79 참조.

3 치타누오바 TV (https://www.youtube.com/user/cittanuovatv) - 마가렛 카람(Margaret Karram)과의 인 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wZq4p03N2mk) 참조.

4 끼아라 루빅, 1999년 8월 생활말씀, in eadem, 『생활말씀Parole di Vita』, 파비오 차르디 엮음. (끼 아라 루빅의 저작들 제5권, 치타누오바 출판사, 로마 2017년), 611-612쪽 참조.

5 마태 18,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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