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일만 호미곶 일출 풍경 ; 정태홍 아오스딩

 생활말씀

2025년 2월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십시오.” (1테살 5,21참조)

 

이번 달의 말씀은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의 공동체에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다음의 말씀들에서 발췌했습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 예언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무엇이든 멀리하십시오.”(1테살 5,19-22) 예언과 분별, 대화와 경청, 이는 신앙의 여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공동체에 바오로 사도가 당부한 지침들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여러 은사恩賜들 중에 특히 예언의 은사를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예언자는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관점에서 개인의 역사와 공동체의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은사를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은사는 그중에 가장 큰 은사인 사랑, 곧 형제애가 이끄는 대로 움직입니다.(1코린 13장 참조) 히포Hippo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오직 사랑만이 여러 다양한 상황들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분별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단언합니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십시오.”

 

우리는 각자가 받은 은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우리 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시각과 생각들 안에 담긴 잠재력과 특성들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란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우리와 경쟁하는 사람, 혹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이와 진실한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 지닌 한계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번 생활말씀은 어떤 상황에서 하는 대화나 토론에서든, 하나의 규범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그것을 온전히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가 말하는 내용 중에서도 무언가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청은 사랑으로 우리 자신을 비움으로써 무언가를 함께 이룰 수 있게 합니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십시오.”

 

가톨릭교회의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신학자들 중 한 사람인 티모시 래드클리프Timothy Radcliffe 신부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시노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일은, 우리의 의문들, 우리가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의 질문들에 대해, 우리 사이에서 서로 진솔해지는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진리를 추구하는 동료로서, 또 진리를 구걸하는 이들로서 서로에게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성찰에 대해 (포콜라레운동의 현現 회장) 마가렛 카람Margaret Karram은 몇몇 포콜라리노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습니다. “저는 (래드클리프 신부님이 하신) 이 말씀을 떠올리면서, 정말 많은 때에 제가 생각한 대로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진리를 구걸하는 이들’이 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웃이 되어 주는 바로 그 태도를 지니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이웃이 되어 주면서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원하게 되고, 모두 함께 선익善益을 추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십시오.”

 

2017년 스페인에서 ‘젠로소 지역 사업Gen Rosso Local Project’으로 실행된 ‘모자이코Mosaico’ 공연 예술 그룹에 참여한 안티아Antía도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이 그룹은 자신들의 예술과 관련된 실제 작업들을 통해 진정한 형제애를 체험할 기회를 갖기 위해 구성한 스페인 젊은이들의 모임입니다.

안티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제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들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곧 아주 나이가 적은 사람, 아직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가, 취약한 여건에 있는 사람 등 각자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이 내줄 수 있는 바를 선물로 내어놓습니다. ‘모자이코Mosaico’는 어려움들과 이에 수반되는 힘든 작업에도 불구하고, 저로 하여금 ‘더욱 일치된 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믿게 해 줍니다. 저는 그룹 안에서 때로는 너무 솔직해 보일 수도 있는 대화를 통해 작업하면서 성장했고,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제 스스로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로 우리 모두 함께 ‘선익善益’을 한 조각 한 조각씩 이루어가게 됩니다.”

 

파트리치아 마촐라

포콜라레운동 총본부 「생활말씀」 편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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