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장미 꽃 축제에서 ; 정태홍 아오스딩

2026년 6월 생활말씀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7-8)

 

(이번 달 생활말씀이 나오는) 마태오 복음 10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뽑으시는 초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특별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또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줄 수 있는 은사도 지니게 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그들의 첫 선교 사명을 어디서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 지침을 주십니다. 그들이 선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곧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서’ 선포하라고 하신 말씀은 이런 점을 강조하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나는, 참된 제자라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웃이 되어 주는’ 삶을 통해 선교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면으로는 그들과 함께하는 걸음이 곧 선포라는 이르심입니다. 실제로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새 계명을 주시고 나서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 어라.”

 

‘하늘 나라’는 예수님의 선포의 핵심입니다. 비슷한 표현인 ‘하느님의 나라’는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지배, 통치, 그리고 인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그분께서는 세상의 주인이시자 무엇보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의 최고 통치자이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러 민족들 사이에 이스라엘의 민족적 역할을 회복해 줄 다윗 왕의 후손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신약 성경에서는 예수님 당신이 다윗의 후손으로, 곧 왕으로 제시됩니다. 세속의 왕국과 달리 ‘하늘 나라’는 평화와 정의의 나라이며,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용서와 화해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그리하여 이 나라가 모든 민족에게 생명과 빛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시작되었지만 예수님의 재림 때 비로소 온전히 실현될 것입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시간적으로 가까이 있다고, 임박해 있다고 선포하십니다. 겨자씨의 비유나 반죽 전체를 부풀게 하는 누룩의 비유에서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신비롭고도 겸손한 방식으로 작용하면서도 끈기 있게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효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깝다’는 말은 공간적 의미도 포함합니다. 예수님의 영靈의 현존을 전해 주는 제자들이 (복음 선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다가올 때,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라고 하셨을 때, 그 말씀은 “너는 깨닫기 시작했다.”라는 뜻일 뿐만 아니라, “너는 나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라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거저’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 원본에서 ‘선물로’라는 뜻의 단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이는 사도들이 받은 모든 것이, 그들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서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근원은 하느님의 관대함이며, 그들이 특별한 사명을 위해 선택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끼아라 루빅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는 기쁘고 반갑게 맞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사실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고행 실천이나 학문과 지식에 대한 탐구도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름 아닌 하느님 당신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당신의 빛으로 당신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시며,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하느님의 선물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며 자랑하거나 의지할 만한 그 어떤 공로도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에게 무상無償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느님의 나라를 기쁘고 반갑게 맞아들이면서,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임무를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 갈 소명을 받았습니다. 이는 온 인류에게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선포하는 일입니다. 이처럼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그들을 무한히 사랑하시며, 우리 모두를 무한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리는 몫입니다.

 

아우구스토 파로디 레예스

포콜라레운동 국제 본부 「생활말씀」 편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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